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석성우
July 19, 2015 11:00 AM PST

학교 다닐때 좋아하는 과목은 대체로 내가 잘하는 과목이랑 일맥 상통했다.

그런데 학교 밖에 나와서도 그 묘한 상관관계는 연결이 되어 있는지 우린 좋아하는걸 좋아 한다고 쉽게 말하지 못할때도 있다. 요리를 좋아 하지만 못할 수도 있고, 스포츠를 좋아해도 운동을 잘하는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 한다고 여행을 자주 다니는것도 아니다.

나도 못하지만 좋아하는것들을 떳떳하게 내세우고 얘기할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어 가는 중이다. 바다를 좋아 하지만 수영은 못한다. 그리고 물에 들어가면 몸이 상당히 나빠진다 ㅠㅠ. 산을 좋아하고 하이킹을 좋아 하지만 산을 잘 타지는 못한다. 사람들이 집에 놀러 오는거 좋아하지만 채력이 좋지 않아서 힘들때도 있다. 밀가루 음식을 엄청 좋아 하는데 소화는 못시킨다. 결정적으로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지만 자식은 하나 뿐. ㅎㅎ

치명적인건 예수님을 사랑하고 좋아 하지만 예수님을 닮지 않았다. 무척 노력하는 중이다. 닮아가려고 ^^

방해받는 삶

석성우
July 19, 2015 11:00 AM PST

헨리 나우웬의 책 '영적 발돋움'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내가 몇년간 강의를 한 적이 있었던 노트르담 대학을 방문했을때, 나는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그 대학에서 보낸 경험 많은 한 노교수를 만났다. 함께 아름다운 교정을 거닐면서 그는 우수 띤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보게,....평생 나는 내 일이 끊임없이 방해를 받는다고 불평하면서 살아왔네만 결국은 그렇게 방해 받는 것이 바로 나의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나는 샘을 키우면서 쉬지않고 나의 시간을 방해하는 어린 아이로 인해서 많이 힘들었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쉬고 싶을때 쉬지도 못했다. 남들과 대화를 할 때도 방해를 받았고, 차안에서도 아이의 원하는 음악을 십여년 들은것 같다. 나의 삶은 없어지고 흐릿해져가는 나의 모습을 허탈하게 바라보며 원망스러워 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그런데 우리 가정에 주신 이 아들 손님을 환대해야 하는 일이 나의 사명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참 감사한 일이다. 방해 받는 것이 바로 나의 일이었다는 사실.

하나님도 나때문에 방해를 받고 계실까?

새우젓

안상현
April 22, 2015 01:00 PM PST

냉장고 깊숙히 새우젓 몇병이 있습니다. 그냥 새우젓이 아니라 한국에서 가져온 새우젓입니다. 아내의 외숙모가 보내주신 새우젓입니다. 전라남도의 ** 섬이라고 하는 곳에 사시는데 그곳에서 보내주신 것이니 믿을만 합니다. 실제로 새우젓의 색깔이나, 맛 모두 훌륭합니다.

어디 새우젓만 그렇겠습니까? 저희 집에서 대접받는 것들은 모두 한국에서 가족들, 친척들, 지인들이 보내준 먹거리들입니다. 어디어디의 건나물이나 미역, 멸치, 들깨가루, 고춧가루...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것들이 없습니다. 요즘에는 선물을 받아도 이렇게 믿을만한 멸치나 미역, 다시마를 받을때 주부의 얼굴은 정말로 기쁨에 넘치고 그걸 받아먹은 식구들 역시 "역시 시골것이 정말 맛있네"를 연발하며 미역국을 뜨고 멸치볶음을 먹습니다.

아무리 포장이 화려하고 보기에 그럴듯해도 이제 사람들은 상품 뒷면의 원산지를 살펴보고 믿을만한 제품인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마켓의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내실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어릴때는 시골에서 온 것들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큼큼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대충 보자기, 다쓰고버린 소줏병,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시골에서 서울로 와야하는 것이 무척 싫었었죠.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때 그 안에 담겨있던 것들은 이제는 구경도 하기 힘든 귀한 물건들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포장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시골의 특산물, 농산물이라면 기를 쓰고 싸서 심지어 여기 미국까지 가져옵니다. 세관에서 잘 통과되어야 하는데 하며 마음졸이면서 말입니다. ^^

교회를 생각해 봅니다. 포장은 화려하고 정말 손이 가게끔 만드는 외관이나 모양을 가졌지만 실상 내용물은 여러 화학 첨가물, 믿을 수 없는 원산지, 정직하지 못한 유통과정에 비유될 수 있는 교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투박하고 멋있지는 않지만 그 내용물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그런 교회도 있을 것입니다.

교회의 목사로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 그리고 교우들에게 부탁하는 교회는 시골 친척이 보내준 빛깔 좋은 고춧가루, 잘말린 멸치나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미역/다시마 같은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담겨오는 모양새는 좀 투박하고 멋스럽지 않더라도 그런것에 상관없이 누구나 환호하며 하나라도 더 집으려고 애를 쓰는 그런 교회가 되면으면 합니다. 새우젓을 보면 든 생각입니다. 저 새우젓으로 무엇을 해 먹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도 같이 합니다.

2살이 되어가는 교회

안상현
April 13, 2015 09:00 PM PST

2013년에 교회를 개척하였는데 벌써 2년이 되어 갑니다. 그때는 정말 몇사람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전교인을 머릿속에 떠올리려면 한참을 생각해야 할 만큼 숫자가 많아(?)졌습니다. 처음부터 하나의 씨앗 교회는 가족같은 공동체,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를 추구하였습니다. 늘 목사는 착각을 하지만 그렇게 가고 있다고 믿고 싶고 착각하고 싶은 것이 저의 현재의 바램입니다.

목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교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많습니다. 서로가 친밀한 공동체를 위해 나름들의 노력을 하는 것이 제가 듣고 보고있는 교우들의 모습이라 마음이 참 좋습니다. 그렇게 쭈~~욱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습니다.

그런데 목사이다보니 욕심도 생깁니다. ‘여기서 멈추면 안되는데, 우리끼리 좋으면 안되는데’하는 마음말입니다. 교우들이 기도하고 나누는 가운데 몇가지 기운들(?)이 감지가 됩니다. 어떻게 성령께서 2살을 맞이하는 우리 교회를 인도해 가실지가 기대가 됩니다. 얼마전에 ‘슬로처치’(Slow church)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 인상적인 대목이 있더군요.

어떤 신학이든지 환대의 대상을 확장해가는 것을 거리끼는 신학이라면 그 신학은 온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화해를 깊이 고려하지 못한 신학임이 분명하다 (슬로처치, 169)

교회이건, 신학이건 환대의 대상, 사랑의 대상, 가족의 대상을 넓혀나가는 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공동체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교회의 규모와 상관없이 그렇게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화해를 실천해 나갈 수 있는 교회라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교회는 존재 가치가 있고도 남습니다. 그 책에서 이런 교회가 되기 위해 우리가 마음에 다짐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면 하나는 ‘구드 테루아르’라고 하는, 굳이 번역하자면 그 지역의 향미/풍미입니다. 다들 아시는대로 모든 것이 프랜차이즈화되어 있는 세상에서 오직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부터 유래된 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베이지역이 그 구드 테루아르의 좋은 예가 되겠지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아도 향취가 살아있는 그런 교회가 되면 됩니다. 작은데 특징도, 맛도 없다면 그건 낭패이지요. 저는 우리 교회만이 갖는 풍미를 자신있게 나눌 있는 교회로 자리잡아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바로 ‘정주’(stability)의 정신입니다. 한 지역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각오이고 다짐입니다. 지역에 스며들어있는 교회의 모습입니다. 우리 교회처럼 건물도 없는, 자그만한 소수민족으로서의 이민교회가 어떤 정주의 모습을 가질지는, 어떻게 커뮤니티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드러낼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래 있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말장난같지만 정주해야 ‘질주’도 하고 ‘완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2살되어 가는 교회에 너무 큰 것을 기대하는지 모르지만 저는 그런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Communal Birthday

김은규
September 03, 2014 11:00 AM PST

한 아이의 태어남을 내가 있는 공동체는 어떻게 맞이 할까? 궁금했다.

어떤 한 사람이 공동체 안으로 초대되고 들어오게 되는 일은 시간을 두고 계속 있는 일이지만, 공동체 안으로부터 한 생명이 세상으로 나오는 경험은 조금 더 특별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출산은 한 부부에게 잊을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이것을 맞이하는 공동체는 이 일을 그 부부의 Private 이벤트로 축하해 주는 것일까? 아니면 조금 더 나아가서 Communal 하게 받아드리기도 하는 걸까?

만약 더 공동체 적으로 이 시간을 지나간다면, ‘어느 출산을 축하하는’ 모습 보다는 ‘우리에게 한 생명이 생겼다, 우리가 이 아이를 낳았다’ 정도의 떨림이 있지 않을까? 물론 '축하하는 것'과 '우리 일로 여기는 것' 은 미묘한 차이일 것이다. 대화 속의 단어들과 지나가는 제스처들 어딘가에 베어있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느정도 느꼈다. 이분들은 우리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정말 자신의 일 같구나. 어떤 아이가 나올지 너무나 보고싶고 손꼽아 기다린다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 진심으로 그런것이 느껴졌다. 아이가 나오는 날 본인은 휴가를 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친구도 있었다. 자기가정일도 아닌데. 출산일이 며칠 안으로 다가오자 공동체는 기대감속에 있기도 하고 긴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출산하는 날은 <언제든지연락해.무슨일이든> 텍스트가 날아들었고, 친정 어머니만큼이나 긴 레이버 과정에 대해 함께 걱정해 주었다. 아이의 사진을 보며 혹은 방문을 해서 아이를 보고는 모두 함께 들떴다. 축하보다는 확연히 다른 어떤 환호의 공기(atmosphere)를 느꼈다. 자신의 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공동체에게 이런 신비를 가져다 주었는지 알수없다. 또한 무어라 하나 하나 설명할 길도 없다. 혹시 이런 마음을 위에 있는 분이 주시는 것은 아닐까.

우리 부부의 베이비로 한 아이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방금 간 기저귀를 차고 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생각한다.

소그룹

박미영
June 02, 2014 11:00 AM PST

교회를 함께 시작한 초기 멤버들에게 가장 큰 바램 중의 하나는 "공동체" 였다. 공동체가 일반적으로 포괄하는 의미,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놓고 나눠온 이야기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들 기대 가운데 빼놓을 수 없었던 그림은, 한 교회의 형제 자매님들이 소그룹으로 모여서 도란도란 깨알 같은 재미를 나누고 기도하며, 서로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같이 살아가기도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우리의 소그룹은 교회의 시작과 동시에 시작되었고, 우리는 매주 금요일 저녁, 일과 후 한 집에 모여서 그시간을 공유하고 또 공감한다.

처음에는 목사님께서 목자가 되시는 소그룹, 전 교인이 함께 하는 소그룹 자체가 신선했다. 전 교인이 반찬을 한 두 가지씩 준비해 와서 만들어 먹는 비빔밥도, 모두가 한 식탁에 앉은 모습도 너무 금방 추억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최근에는 매주 시편 한 편을 함께 묵상하고 나누며 또 삶을 비춰보고,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 말씀이 우리 각자의 삶을 어떻게 찾아가고 비추는가를 보면서 많은 감동을 느낀다. 동시에 한 말씀을 통해, 우리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기도 하고, 비슷한 기도제목을 품게 됨을 확인하면서 힘을 얻는다.

두 살 짜리 우리 아들의 유치원에는 8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매주 주말마다 부모들이 주말에 찍은 아이들의 사진들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누군가가 그것을 인쇄해서 화요일 아침에 유치원에 가지고 온다. 아이들은 앨범을 같이 보면서 주말에 했던 일들을 "sharing" 한다. 때로는 그것이 일주일 내내 아이들의 화두가 되기도 하며, 그 사진 속의 체험들이 아이들의 마음 가운데 공통된 "기억"으로 자리잡는 걸 본다. 그렇게 아이들의 공동체는 더 풍성해지고 그속에서 아이들은 함께 자란다.

우리가 삶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 때로는 참 쉽지 않은 경험들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우리 삶을 인도하시고, 또 그 삶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묶어주시고, 우리를 자라게 하시는 은혜로 인해 우리는 또 월요일 아침을 맞는다.

함께 만들어 보고 싶은것 - Moraga Steps 에서 깨달은 것들

안상현
June 01, 2014 01:00 PM PST

Moraga steps 라는 것은 샌프란시스코 안내나 관광책자들 가운데 어디서도 본 일이 없다. 그곳은 주택가에 자리잡은 계단이고 그 계단이 타일로 장식되어 있는 곳이다. 이 곳을 알게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앤 라모트라는 기독교 작가의 책을 읽던 중 암에 걸려서 투병중인 친구에게 아름다운 석양을 보여주고 싶어서 다른 친구와 함께 이 moraga steps을 찾아갔고 그 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는 찬사를 읽자 그 곳이 가고 싶어졌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골든게이트 공원근처이다. 월요일이면 여건이 될때마다 샌프란시스코를 아내와 조금씩, 그러나 구석구석 찾아다니고 있다. 어느 월요일은 골든게이트 공원안의 뮤지엄이 입장료가 공짜인 날이 있어서 그곳을 가는 길에 moraga steps를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날씨는 우중충했고 일기예보는 오후에 비가 쏟아질 것이라고 했다.

step closeup

차를 세우니 moraga steps앞에는 흐린 월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163개의 계단을 아름답게 꾸며보자는 예술가 두 사람과 지역 주민 300여명의 도움의 손길, 또 220여명이 이 moraga steps를 장식한 각종 동물, 물고기, 꽃들의 타일 조각 하나하나에 자신, 가족, 친구들의 이름을 새겨 넣으며 동참했다. 2003년에 시작하여 2005년에 프로젝트가 끝났고 지금도 계단과 주변의 조경을 관리하는 일에 지역주민들이 자원봉사로 동참하고 있단다.

step wide

아름다운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서니 흐린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전망이 멋들어진다. 각양각색의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고 오른쪽으로는 골든게이트 공원과 그 너머로 금문교의 꼭대기가 삐죽 머리를 내밀고 있고 앞으로는 태평양이 바라 보인다. 정말이지 해질 무렵에 온다면 어떤 광경일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steps

다음에 온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이 광경을 보고 감동할 사람들, 이런 것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 풍광을 보고 아름다움에 새롭게 눈뜰 사람들과 오고 싶다.

교회는, 아니 하나님의 나라는 함께 만들고 함께 바라보고 누리는 것이다. Moraga steps의 타일 한 조각, 한 조각의 아름다움이 모두의 섬김으로 이렇게 큰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 그리고 그 타일 조각들이 한 계단씩 올라 마지막 계단을 밟고 섰을 때 기대하지 못했던 또다른 아름다움에 말문이 막히는 감동을 함께 누리고 싶다.

Moraga steps나 하나의 씨앗 교회에서 내가 미래형으로 경험하고 보고 싶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