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

안상현
April 22, 2015 01:00 PM PST

냉장고 깊숙히 새우젓 몇병이 있습니다. 그냥 새우젓이 아니라 한국에서 가져온 새우젓입니다. 아내의 외숙모가 보내주신 새우젓입니다. 전라남도의 ** 섬이라고 하는 곳에 사시는데 그곳에서 보내주신 것이니 믿을만 합니다. 실제로 새우젓의 색깔이나, 맛 모두 훌륭합니다.

어디 새우젓만 그렇겠습니까? 저희 집에서 대접받는 것들은 모두 한국에서 가족들, 친척들, 지인들이 보내준 먹거리들입니다. 어디어디의 건나물이나 미역, 멸치, 들깨가루, 고춧가루...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것들이 없습니다. 요즘에는 선물을 받아도 이렇게 믿을만한 멸치나 미역, 다시마를 받을때 주부의 얼굴은 정말로 기쁨에 넘치고 그걸 받아먹은 식구들 역시 "역시 시골것이 정말 맛있네"를 연발하며 미역국을 뜨고 멸치볶음을 먹습니다.

아무리 포장이 화려하고 보기에 그럴듯해도 이제 사람들은 상품 뒷면의 원산지를 살펴보고 믿을만한 제품인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마켓의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내실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어릴때는 시골에서 온 것들이 반갑지 않았습니다. 큼큼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대충 보자기, 다쓰고버린 소줏병,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시골에서 서울로 와야하는 것이 무척 싫었었죠. 가만히 돌이켜 보면 그때 그 안에 담겨있던 것들은 이제는 구경도 하기 힘든 귀한 물건들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포장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시골의 특산물, 농산물이라면 기를 쓰고 싸서 심지어 여기 미국까지 가져옵니다. 세관에서 잘 통과되어야 하는데 하며 마음졸이면서 말입니다. ^^

교회를 생각해 봅니다. 포장은 화려하고 정말 손이 가게끔 만드는 외관이나 모양을 가졌지만 실상 내용물은 여러 화학 첨가물, 믿을 수 없는 원산지, 정직하지 못한 유통과정에 비유될 수 있는 교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투박하고 멋있지는 않지만 그 내용물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그런 교회도 있을 것입니다.

교회의 목사로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 그리고 교우들에게 부탁하는 교회는 시골 친척이 보내준 빛깔 좋은 고춧가루, 잘말린 멸치나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미역/다시마 같은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담겨오는 모양새는 좀 투박하고 멋스럽지 않더라도 그런것에 상관없이 누구나 환호하며 하나라도 더 집으려고 애를 쓰는 그런 교회가 되면으면 합니다. 새우젓을 보면 든 생각입니다. 저 새우젓으로 무엇을 해 먹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도 같이 합니다.